Review Article

(10권1호 3-10)

Understanding of Posttraumatic Embitterment Disorder (PTED)

외상후 울분장애의 이해

Han-Suk Ko, MD1;Chang-su Han, MD, PhD, MHS2; and Jeong-Ho Chae, MD, PhD1;

1;Department of Psychiatry1, College of Medicine, The Catholic University of Korea, Seoul, 2;Department of Psychiatry, College of Medicine, Korea University, Seoul, Korea

Abstract

Reactive disorder is a group of diagnosis with a definitely known etiology and whose etiological factor is essential to the diagnosis. In DSM system, such reactive disorders are listed as adjustment disorder, acute stress disorder, brief psychotic disorder with marked stressor an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 However, a growing number of individuals is suffering from a prolonged feeling of embitterment after exceptional negative life events and this condition could be diagnosed neither PTSD nor adjustment disorder nor depressive disorder in the context of DSM-IV diagnostic system. This clinical condition can be described as 'posttraumatic embitterment disorder' (PTED). PTED is a reactive disorder triggered by exceptional, though normal negative life events such as conflict in the workplace, unemployment, death of a relative, divorce, severe illness, or experience of loss or separation. The common feature of such events is that they are experienced as unjust, as a personal insult, accompanied by psychological violation of basic beliefs and values. The central psychopathological response pattern in PTED is a prolonged feeling of embitterment. In particular, the core emotion of embitterment can lead to the rejection of treatment. Therefore, "wisdom therapy" as a new treatment approach specifically designed for PTED has been developed. It is assumed that many patients suffering from PTED are often misunderstood and misdiagnosed. This review would help to introduce PTED into the clinical field in psychiatry.

Keywords

Trauma;Embitterment;Wisdom therapy;PTED.

FULL TEXT

Address for correspondence : Jeong-Ho Chae, M.D., Ph.D., Department of Psychiatry, College of Medicine, The Catholic University of Korea, 222 Seocho-daero, Seocho-gu, Seoul 137-701, Korea
Tel : +82-2-2258-6083, Fax : +82-2-594-3870, E-mail : alberto@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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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성 생활 사건이 심리 및 신체 기능의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다.1,2,3 그러나 스트레스성 사건이 질병 발현의 중요한 원인 인자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하여도 다양한 여타 원인인자들도 고려해야 한다. 이와 같은 다른 원인인자로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개인의 스트레스 대처 양식 등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증상의 발현에 있어 스트레스성 생활 사건이 직접적인 원인인자가 되는 질환이 있는데 이러한 질환들을 반응성 장애(reactive disorder)라고 통칭할 수 있다. DSM-IV4 진단체계에서 이러한 반응성 장애는 적응장애(adjustment disorder),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이하 PTSD), 급성 스트레스 장애(acute stress disorder, 이하 ASD) 등으로 분류될 수 있다. 2013년에 발표된 DSM-55 진단체계에서는 그 이전까지는 불안장애의 대범주 안에 속해있던 PTSD와 ASD를 독립시켜, 적응장애 및 소아에서 주로 출현하는 반응성 애착장애 및 탈억제 사회관여장애와 함께 "트라우마 및 스트레스 관련 장애"라는 항목으로 따로 분류하였다.
적응장애는 대표적인 반응성 장애로 증상의 발현에 있어 확실한 원인 인자가 있으며 다른 진단이 I축 진단을 충족시키지 않을 경우에만 내려질 수 있는 진단이다. 그러나 DSM-IV의 다른 진단과는 달리 적응장애만의 분명하고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다소 애매한(vague) 진단 기준이며, 환자를 평가함에 있어 핵심이 되는 스트레스 인자 및 그러한 스트레스 인자로 인한 영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진단 기준이 없이 다른 정신질환이 없다는 근거하에 내려지는 배제진단이라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B1 진단 기준 항목인 "예상되는 것 이상의 과도한 고통을 수반한다"는 기준은 예상되는 반응이라는 것이 개인의 문화적, 성별, 지식 수준에 따라 사건에 대해 느끼는 감정에 차이가 있음을 고려할 때 혼돈의 여지가 크다고 할 수 있다.6,7,8 다축 진단의 개념을 없앤 DSM-55에서도 B1 항목을 유지하고 스트레스 관련 장애가 다른 정신질환의 기준에 맞지 않거나 기존 정신질환의 악화가 아니어야 한다는 것을 유지하였으므로 그 모호함은 개선되지 않았다.
PTSD와 ASD는 비교적 그 기술적 정의가 잘된 질환으로 이해되고 있다.9,10 두 질환은 자신이나 타인의 실제적 또는 위협적인 죽음이나 심각한 상태, 또는 신체적 보전에 위협을 가져다 주는 사건(들)을 경험하거나 목격, 직면했을 때 극심한 두려움, 무력감, 공포를 유발하는 질환으로 유병기간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삶에 위협을 주거나 공포감을 유발시키는 사건이 아님에도 지속적인 심리적 변화를 유발하는 경우 PTSD를 예전보다 더 흔하게 진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이질적인 상태가 PTSD라는 진단 기준 하에 같이 연계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DSM-55에서는 무력감과 공포 반응이라는 기준 자체를 없애고, 외상적 사건을 보다 명확하게 기술하여 실제의 죽음이나 죽음의 위협, 심각한 손상, 혹은 성적 폭력에의 노출이라는 식으로 기술하였다.
최근 독일의 정신의학자 Linden 등은 기존의 PTSD와는 다르며, 또 단순히 적응장애로 분류할 수 없는 특정한 상황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적응장애를 좀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임상 상황에서 이러한 특정한 증후군을 나타내는 개념으로 외상 후 울분장애(posttraumatic embitterment disorder, 이하 PTED)라는 개념을 소개하였다.11,12
본 종설에서 저자들은 국내 최초로 PTED의 개념을 소개하고, 그 발생 원인, 증상 및 진단 기준, 치료 방법, 다른 질환과의 감별점 등을 검토하며, 국내의 임상 상황에서 적용 점을 타진하고 새로운 진단기준으로 PTED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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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embitterment"라는 단어를 본 저자들은 "울분(激憤)"으로 번역하였으나 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To embitter"의 사전적 의미는 "to make someone feel hate and anger for a long time because they have been treated unfairly(오랜 기간 동안 부당하게 취급 받아왔기 때문에 증오 및 분노를 느끼게 하는 것)"으로 기술되어 있다. 학계에서 소개되기 이전에 일부 언론 등에서 "격분(激憤)"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하였으나 격분에는 일종의 분노 발작이나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어감이 있으며 PTED는 분노 발작 보다는 화, 허탈감, 부당함(injustice), 무력감(helplessness)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격분보다는 울분이 보다 적당한 번역으로 생각된다.
이 개념을 처음으로 제안한 독일의 경우 1990년 통일 이후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구 동독인들은 그들의 경제적, 법적, 문화적 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극심한 혼란을 겪게 되었다. 2002년에 실시된 한 조사에 의하면 59%의 구 동독인들은 여전히 서독과 동독 사이에 큰 격차가 있다고 답할 정도13 많은 동독인들은 정신적인 고통을 겪었으며 좌절 및 굴욕감 등의 정서를 많이 호소하였다. 또한 많은 동독인들은 분노감, 대인관계의 회피, 자기 비난, 무기력감, 신체적 통증 등을 보이며 정신 상태의 저하를 호소하였다.
그러나, 이들이 호소하고 있던 문제들의 발생, 경과 및 증상들은 기존의 DSM-IV의 진단적 범주로는 모두 설명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았기에, Linden은 특별한 원인과 정신병리를 특징으로 하는 적응장애와 유사하나 다른 개념으로서 PTED를 제안하였다. 또한 Linden은 PTED는 독일의 통일과 같은 특수한 환경에서 발생할 수도 있으나 다른 여러 생활 사건을 겪은 후에도 일어날 수 있다고 하였다. 예를 들면, 직장에서의 갈등, 해직, 친척의 죽음, 이혼, 심각한 질병, 상실 및 분리의 경험과 같은 드물기는 하나 일상생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경험(negative life events)에 의해 촉발되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독일과 유사한 분단 국가로 많은 탈북자들이 이미 거주하고 있으며 향후 통일 시대를 대비하여야 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더욱 많은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하겠다.

정의 및 원인의 개념
PTED는 일상생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경험(negative life event)에 의해 유발되는 반응성 장애로 이 생활 사건이나 경험 이후에 현저하게 지속적으로 정신건강의 문제를 가져온다. 그 생활 사건을 불공정하게 여기고 그 사건을 떠올릴 때마다 울분, 분노, 무기력감을 나타내는 질환이다. 즉 부정적 사건의 경험에 따라 기본적 믿음 및 가치관의 손상(violation of basic beliefs and values)을 느끼게 된 상태이다. 기본적 믿음(basic belief)이란 개인의 경험, 지각 및 행동에 영향을 미쳐 결국은 세상은 예견가능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믿도록 하는 인지적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 믿음은 유아기 및 청소년기에 학습되고 본인 및 외적 세계 그리고 이 둘간의 관계에 대한 추상적인 사고를 구성하게 한다. 그러나 외상적 사건은 개인이 가지고 있던 세계에 대한 기본적인 가정과 믿음을 파괴할 수도 있다.14 외상적 사건은 무시하기에는 너무나 생생하고 강력하기 때문에 희생자가 해야 하는 주요 임무는 외상적 경험으로 인한 새로운 정보를 그들의 기본적 신념체계와 조화시키는 것이다.15 그러나 PTED 환자들은 이러한 과정을 거부하면서 부정적 사건이 기본적인 믿음 및 가치관의 손상을 불러일으켰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PTSD 환자들은 외상으로 인하여 기본적 신념이 모두 깨어지게 됨에 반하여 PTED 환자들은 기본적 신념은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PTED 환자들은 핵심 믿음과 부정적 사건 사이의 부조화로 인한 감정으로 울분을 호소하게 되고 지속적으로 기본적 믿음을 유지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은 지속되게 된다.
따라서 기본적 믿음의 손상에 어떻게 적응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PTED 환자들에게서 발견되는 기본적 믿음의 비융통성(inflexibility)은 현재 지혜 심리(wisdom psychology) 분야에서 많이 연구되고 있다.16
지혜(wisdom)는 "인생의 기본적인 문제에 대한 숙련된 지식"이라고 정의하며 지혜에 입각한 행동은 개인으로 하여금 복잡하고 어려운 인생의 문제들을 현명하게 다룰 수 있게 한다. 따라서 부정적 사건을 경험할 때 인생의 불확실성, 우연성 등을 이해하게 하고 우리의 기본적 신념과 현실 세계 사이의 조화를 이루게 하는 지혜야 말로 부정적 사건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을 때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16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어려운 인생의 문제에 직면했을 때 지혜에 입각한 행동(wisdom-related performance)을 하는 것에 결함이 있는 개인은 PTED 발생에 대한 취약성(vulnerability)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기본적 신념의 손상(violation of basic belief)과 지혜의 결여(lack of wisdom)가 PTED 발생에 있어 중요한 원인인자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정신병리 및 증상
PTED 환자들은 울분과 함께 허탈감, 부당함, 무력감 등을 호소하면서 부당한 사건에 대해 대항하는 것을 원하기도 하지만 적합한 목적 의식을 가지지는 못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있어 PTED 환자들은 자기 통제력(self-regulation)을 상실하고 울분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Linden 등은 임상적으로 PTED로 고통을 받은 것으로 판단되는 입원환자 48명을 상대로 여러 척도를 사용하여 환자들의 상태를 평가한 결과를 보고하였다.11 정신과적 진단을 위해 Mini International Neuropsychiatric Interview(MINI)17가 사용되었으며 이 외에도 자기보고식 증상측정목록-90 개정판(Self-report questionnaires the Symptom Checklist-90-Revision, SCL-90-R),18 개정판 사건영향척도(Impact of Event Scale-Revised version, IES-R)19을 사용하였다.
MINI 기준으로 적응장애(68.8%), 주요 우울증(52.1%), 기분 부전증(41.7%), 범불안장애(35.4%) 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진단되었는데 이는 PTED 환자가 높은 비율로 동반질환이 있거나 혹은 기존에 다른 질환으로 진단된 환자 중 상당수가 PTED 환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하겠다.11
PTED 환자들의 정신병리(psychopathology)를 조사하였을 때 모든 환자는 사건에 대한 침습적 사고(intrusive thought)를 호소하였으며 이외에도 부정적 감정(97.9%), 안절부절 못함(91.7%), 사건을 반추시키는 사람이나 장소에 대한 회피(77.1%), 의욕의 상실(83.3%) 및 수면장애(79.2%) 등을 호소하였다. 특히 멜랑콜릭 우울증(melancholic depression)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많았지만 다른 활동에 몰두하는 경우 정상적인 정동(affect)을 보이고 정동 조절(affect modulation)에 이상이 없는 환자군이 91.7%로 조사된 점이 우울장애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SCL-90-R의 결과를 보면 우울증, 강박증상, 불안감, 신체화, 분노-적대감, 대인관계의 민감함 등을 평가하는 세부척도에서 높은 점수를 보였다.11
부정적 사건과 연관된 감정으로는 모든 환자들이 부당함 및 불공정함(unjust and unfair)를 호소하였고 이 외에도 울분감(97.7%), 분노(91.7%), 무력감(91.7%) 등을 호소하였다. 또한 85.1%의 환자들은 기회가 된다면 복수(revenge)를 하고 싶다는 정서를 보였다. IES-R 척도에서 PTSD 증상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침습적 사고와 과도 각성을 심하게 보이고 있었다.11

진단 기준 및 평가 척도
PTED를 진단함에 있어 환자가 부정적 생활 사건 이전에도 다른 심리적 또는 정신적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었느냐를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PTED의 증상들은 기존의 심리적 문제들에 의해 설명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다른 진단을 감별하는 것이 PTED 진단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환자가 주로 호소하는 반응성 감정은 울분, 분노, 무기력감 등이다. 그리고 적응장애와는 달리 자연적 관해(spontaneous remission)을 보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중요한 관점이다.
Linden 등에 의해 소개된 PTED 진단을 위한 핵심 면담 및 알고리즘은 PTED 환자가 다른 정신 장애 환자와는 차이점이 있음을 보여주며 이를 통하여 비교적 객관적인 진단이 가능할 것이다(부록).
연구적 목적으로 PTED의 핵심 증상을 평가할 수 있는 임상적으로 반 표준화한 진단적 인터뷰(clinical semi-standardized diagnostic interview)를 사용할 수도 있다. PTED를 진단함에 있어 부정적 사건 자체가 아니라 정신병리적 반응이 중요함을 인식해야 하며 지속적인 울분은 일상생활의 활동량 저하, 자살 사고, 수면 장애, 반복적인 침습적 사고, 식욕의 저하 및 의욕의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증상의 심한 정도를 자가 보고형식으로 평가할 수 있는 척도로 개발된 것으로 PTED self-rating scale(이하 PTED scale)이 있다.20 Linden 등에 의해 개발되었으며 총 19문항으로 구성되어 있고 5점(0~4) 척도이며, 각 문항당 점수가 높을수록 고통이 큰 상태임을 나타낸다. 각 19개의 문항은 크게 심리적 상태와 사회적 기능을 평가할 수 있는 항목들과 사건에 대한 감정적 반응 및 복수에 대한 생각을 평가하는 항목들로 이루어져 있다. 진단에 상관없이 입원하고 있는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했을 때 문항간의 내적 일치도(internal consis-tency)는 알파계수가 .93, 검사-재검사 신뢰도는 .53~.86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PTED로 진단받고 입원치료중인 49명과 다른 진단으로 치료받고 있는 입원환자 48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민감도 89.8%, 특이도 91.7%를 나타내었다. Linden은 19개 항목의 평균 점수가 1.6점 이상인 경우 장기간의 울분 감으로 고통 받고 있는 상태라 할 수 있다고 하였으며, 2.5점을 절단 점수(cut-off score)로 추천하면서 2.5점 이상의 점수가 나올 때는 심한 장애가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고 하였다.20
이 척도는 국내에서 한국어판21으로 번안되어 표준화가 되었다. 한국어판의 검사-재검사 신뢰도는 .76, 내적 일치도 알파계수가 .962로 원어판 이상으로 우수하였고 우울증 척도인 환자 건강 질문지와 .641~.781의 유의하고 양호한 정상관이 있어 수렴타당도도 양호하여 임상 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감별진단
DSM에 기술된 진단 중 대표적인 반응성 장애인 적응장애 및 PTSD와의 공통점 및 차이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Maercker 등에 의한 연구에22 의하면 적응장애 환자들도 PTED 환자들이 주도 호소하는 증상인 침습적 사고, 회피 및 정신사회 기능의 손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다. 또한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부정적 사건이 질환 발현에 있어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점도 두 질환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적응장애는 진단이 애매하고(vague) 진단 기준에 스트레스의 심한 정도를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이 없는 것에 비하여 PTED는 진단적 도구 및 자가평가 척도를 이용하여 환자의 심한 고통 상태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다른 정신과 질환들처럼 평가 척도는 진단적 정확성을 높이는 보조적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옳으며 환자를 평가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임상의의 평가 및 면담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적응장애와는 달리 PTED는 자발적 관해는 잘 되지 않으며 적절한 치료가 없으면 만성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11
PTSD 환자들처럼 PTED 환자들도 침습적 사고 및 회피를 주로 호소하며 스트레스성 사건이 질환 발현에 직접적 원인이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PTSD는 생명에 위협을 주는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하는 것에 의해 유발되는 것에 비해 PTED는 일상 생활에서 비교적 흔하게 겪을 수 있는 부정적 사건에 의해서도 유발되며, PTSD 환자는 외상에 의해 기본적 가치관이 파괴됨으로 인하여 주된 정서적 반응으로 불안 및 두려움을 보이며 증상이 내재화(internalizing)되는 것에 비하여, PTED 환자는 본인의 기본적 가치관을 유지하면서 주된 정서로 울분 및 복수심을 표현하면서 증상이 외현화(externalizing)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주요 우울증 환자와 비교를 하면 PTED 환자는 다른 활동에 몰두하는 경우 정상적인 정동(affect)을 보이고 정동 조절(affect modulation)에 이상이 없다는 차이점이 있었으며, 부정적 사건과 증상의 발현이 시간적으로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23


PTED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불공정함을 주로 호소하며 세상에 대한 분노가 크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치료를 받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으며 치료 또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24 아직까지 치료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확실히 입증된 방법은 없지만 인지행동적 접근이 많이 연구되고 있다. PTED 환자들은 신뢰가 적고 본인 및 치료자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기 때문에 치료 초기 동맹 관계를 잘 맺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를 통하여 환자의 관점을 변화시키려 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은 것이 중요하며 공감(empathy) 및 수용(acceptance)의 자세로 환자를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적 동맹을 잘 맺은 이후에는 환자가 스스로 부정적 사건에 대한 본인의 솔직한 감정을 나타낼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치료자는 환자의 사건에 대한 인지를 파악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기본적 신념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는 부정적 사건으로 인해 환자가 겪는 고통에 대해 파악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사고 당시의 상황에 대한 반복적인 침습적 사고가 하루 동안 얼마나 나타나는지, 부정적 사건과 연관된 사람이나 장소를 피하고 있는지, 이로 인하여 결국은 사회적 위축 및 기능의 저하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 이러한 평가과정을 거친 후에는 환자가 사건 자체뿐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한 여러 불편한 감정으로 인하여 고통 받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환자가 이러한 과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되면 환자는 사건 자체뿐만 아니라 사건으로 인해 유발된 감정 또한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고 치료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이후 치료자는 환자가 원래 가지고 있던 건강한 자원을 이용하여 사건으로 인해 유발된 부정적 감정을 잘 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궁극적으로는 환자가 다양한 식견을 가지고 삶의 목표를 재정립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본적인 인지행동 치료법의 기반 이외에 Linden 등은 PTED 환자에게 지혜 치료(wisdom therapy)를 적용할 것을 권장하였다.25 PTED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운 부정적 생활 사건 경험을 재처리하고 현재의 감정적 상태를 조정하여 미래를 위한 새로운 인생관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지혜이다. PTED 환자가 지혜에 기초한 지식 및 전략(wisdom- related knowledge and strategy)를 습득할 수 있도록 고안된 프로그램이 있다.26,27 이 프로그램은 직장에서의 갈등, 대인관계에서의 갈등, 재정적인 손실 등과 같이 우리가 살면서 흔히 겪을 수 있는 부정적인 문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생각할 때 억울하게 해고를 당했다거나, 배우자가 외도를 했다거나, 화재로 재산을 잃었으나 보험회사가 보상을 해주지 않는 등 특정한 사례 들 중에서, 우선 환자가 직접 경험한 사건과는 다른 종류의 가상적인 질문을 주고 시작한다. 환자에게 질문을 주고 본인이 피해자, 가해자, 제삼자 등의 입장에서 느끼는 감정을 말해보게 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이해하고, 상대방에 대한 공감을 키우며, 상반되는 인지와 감정을 서로 결합시키는 과정이 훈련되게 된다. 이러한 훈련과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환자의 가지고 있던 문제 자체를 논의해 보는 것도 가능해진다.
실제로 PTED 환자들 중에서 지혜훈련을 받은 군(n=24) 그렇지 않은 군(n=25)사이에는 훈련 전후에 지혜평가 척도(wisdom-rating scale) 점수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다. 지혜평가 척도 또한 가상의 현실을 문제로 주고 그에 대한 환자의 생각을 기록하여 평가하는 것으로 9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5점(0~5점) 척도이다.25 또한 Linden은 초인지 치료(metacognitive therapy), 마음챙김치료(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등도 치료에 적용해 볼 수 있다고 하였다.28

국내사례

몇 년 전 본인 소유의 토지가 신축 아파트 건축부지로 수용되면서 토지보상에 대한 불만을 품고 결국은 국가 보물에 방화를 저지른 범인이 있었다. 범인은 경제적 손실에 대해 과도한 부당함, 허탈감을 느끼고 이러한 감정을 잘 통제하지 못하여 결국은 방화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보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대중 매체에서도 PTED를 의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사례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또한 "홧김에" 상해, 살해, 폭력 등을 저지르는 많은 사례들을 보면 일시적이고 충동적인 경우도 있지만 상당히 만성적인 울분 상태를 지내면서 임상적인 문제를 드러내는 경우도 흔히 있다.
최근 저자들이 경험한 경우는 40세 여자 환자로 내원 1년 전 경미한 교통사고 이후 다발성 동통, 인지 기능의 저하, 건강염려의 증상 등을 주소로 정신과 외래를 방문하였다. 사고 당시 촬영한 뇌 단층촬영상 이상소견은 없었으며 환자는 이후 본인이 원하는 추가적인 검사를 해주지 않는 것에 대해 보험회사 직원에 대해 억울함, 부당함, 모욕감을 느끼고 있었다. 보상 과정에서 보험사측에서 처음 제시한 액수보다 적게 조정이 되자 환자의 분노감은 극에 달했으며 보험 회사 직원에게 하루에도 수십 통 이상의 협박적인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또한 사고 전 과는 달리 환자는 가족 및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꺼려하고, 사소한 일에도 과도하게 짜증을 내는 등의 모습을 보이는 등 예전보다 기능의 상당한 저하를 호소하고 있었다. 환자는 정신과적 과거력은 없었으며 내, 외과적 과거력 상 내원 4년 전 간암수술을 받았으며 현재는 재발 없이 건강한 상태라고 하였다.
우선 환자의 경우 교통사고로 인한 기질적 뇌 질환의 감별이 필요하였으나 병력상 사고 당시 뇌진탕이나 의식 변화는 없었고, 뇌 영상 촬영과 심리 검사상 기질적 뇌장애를 의심할 소견은 없었다.
다음으로 주요 우울증과의 감별도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초진 시 환자는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진한 화장 및 화려한 액세서리를 착용한 상태로 면담에 임하였으며 점차 보험회사 직원의 이야기를 하면서 격양된 목소리로 자신의 억울함을 강하게 호소하였다. 또한 환자가 호소하는 불면증, 집중력 상실, 신체적 통증 등의 증상도 외상관련 반응이기 보다는 스트레스 반응으로 판단되었으며 복수하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하는 등 정동의 변화를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들은 주요 우울증의 진단은 배제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PTSD와의 감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었다. 환자가 호소하는 재경험과 관련된 반복적인 사고는 사고의 외상적 측면보다는 보상과 치료과정에서 부당한 대우에 국한되어 있었으며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두렵다고는 하였지만 이용에 큰 무리는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지나친 경계나 과도한 반응 등은 관찰되지 않았고 환자의 스트레스성 경험은 PTSD 진단의 A1진단 기준에 부족한 면이 있어 PTSD의 진단은 배제할 수 있었다.
이에 저자들은 현재의 진단체계에 있어서는 적응장애로 진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으며 특히 본 저에 소개한 PTED의 진단 기준에 부합하는 상태로 판단하였다. 또한 환자는 PTED scale에서도 대부분의 문항에 3~4점으로 표기하는 등 심한 울분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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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사건의 경험 후 나타날 수 있는 심리적 반응은 우울, 불안, 정신병적 증상부터 오히려 정신적 성장까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29,30,31
본 저자들은 이러한 반응 중의 하나로 부당함과 함께 울분(embitterment)을 주로 호소하는 특정한 증상 군이라고 할 수 있는 PTED를 소개하였다. PTED는 독일의 통일 이후 국민들이 나타내는 정서를 연구하면서 제안된 진단이기는 하지만 직장에서의 갈등, 해직, 친척의 죽음, 이혼, 심각한 질병, 상실 및 분리의 경험과 같은 드물기는 하나 일상생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생활 사건 경험에 의해 촉발되어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독일에서 일반인구 221명을 대상으로 PTED 척도를 시행한 결과 약 2.5%의 국민들이 상당한 울분을 나타내고 있을 정도로 비교적 흔하게 나타날 수 있다.20
PTED를 보이는 환자들은 부정적 사건의 경험 이후 기본적 믿음의 손상(violation of basic beliefs)을 경험하고 이로 인하여 울분을 호소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 속에 살아가는 개개인은 매일매일 크고 작은 좌절감, 수치감, 굴욕감 등을 느낄 수 있는 부정적 생활 사건을 경험할 확률이 적지 않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갈수록 PTED의 발생률은 증가할 것이라고 예견할 수 있다. 실제로 부당한 해고를 당하거나, 직장에서의 갈등이 심한 경우, 배우자의 외도로 인한 이혼을 한 경우, 그리고 많은 외국인 노동자 및 탈북 주민들의 경우에 심한 분노감과 울분을 호소하는 것을 진료 현장 및 여러 매스미디어를 통해 자주 접할 수 있다. 치료되지 않는 울분으로 인하여 결국은 사회적 위축 및 소외, 삶의 질 저하, 기능의 쇠퇴와 같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초기에 발견해서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PTED는 고유의 원인 및 정신 병리를 나타내는 질환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불안이나 우울처럼 울분도 범주적 현상(dimensional phenomenon)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
물론 PTED의 진단이 소개된 것이 매우 일천하며 한 연구자에 의해 제안된 것이므로 향후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일례로 Maercker 등은 PTED를 적응장애의 세분화된 분류로 주장하는 Linden의 의견에는 동조하지만 개인의 신념 및 가치관을 손상시키는 사건을 모두 외상(trauma)로 판단하는 것은 향후 진단분류 및 진단에 있어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PTED라는 진단명보다는 ED(Embitterment disorder, 울분장애)로 표기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Maercker 등은 향후 ICD-11및 DSM-5의 진단체계에 있어 PTSD 및 적응장애의 진단 기준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DSM-5에는 반영되지는 않았다.32
향후 PTED의 발생 원인에 있어 각 개인의 병전 성격, 스트레스 대처 방식, 심리적 탄력성 또는 회복력으로 지칭되는 리질리언스(resilience) 등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국내에서 표준화된 PTED척도21의 왕성한 사용과 일반 인구 및 임상군에서의 역학 연구가 필요하다.
임상 현장에서도 실제 PTED로 진단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다른 장애로 오진되어 잘못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사료되는바 임상가는 부정적 생활 사건을 겪고 이와 관련된 임상적 문제를 나타내는 경우에 PTED의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진단 및 치료에 임하는 식견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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